5월 4일부터 5월 21일까지... 18일간 스페인과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간단하게 어떤일이 있었는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혹시 크루즈 여행이나 자유여행을 준비하시는 분이 있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여행은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여행입니다. 2013년에 결혼 25주년 기념으로 북해 크루즈를 다녀왔을 때, 35주년에도 크루즈를 타자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1,000만원짜리 적금도 들었었구요. 그런데 막상 2023년에 크루즈를 준비하려고 했을 때는 (그러니까 2022년에는) 코로나가 한창이라 결국 흐지부지되고 적금탄 돈도 어디로 갔는지 다 사라져 버렸었습니다.
이번에는 처제네 부부랑 4명이 다녀왔습니다. 예전 북해 크루즈때는 우리 부부만 갔고, 한국 사람은 한 명도 못봐서 심심했었는데, 함께 여행을 하니 아주 좋았습니다. 크루즈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영어를 아주 잘하지 못하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힘든데, 함께 돌아다니니 덜 심심했습니다. ㅎㅎ 그 밖에도 여행 계획 세우는 것도 저랑 동서랑 나누어 준비해서 부담이 덜됐고, 서로 의지도 됐고, 택시 탈 때도 좋았고, 에어비앤비 숙소를 구할 때도 좋았고... 아무튼 다 좋았습니다.
우선 제 캘린더에 정리해 둔 일정입니다. 다만, 일부는 우리나라 시간대, 일부는 스페인 시간대로 정리해뒀기 때문에 약간씩 어긋나있습니다. 대략 4일에 마드리드에 도착해서 바로 톨레도로 이동한 후 이틀을 묵고, 그라나다에서 이틀, 바르셀로나에서 3일을 묵은 후 크루즈에 탑승하여 7일을 보낸 뒤, 마드리드로 이동하여 이틀을 묵고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이었습니다.
약간 동선이 이상한 것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와 합병하면서 인천-바르셀로나 직항이 사라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바르셀로나로 가서 스페인을 한바퀴 돈 뒤, 크루즈를 타고 그 다음 바로 돌아오는 경로로 계획을 했는데, 대한항공+아시아나 항공 합병으로 그 노선이 사라지는 바람에 마드리드로 입출국을 하다보니 조금 이상해진 겁니다.
크루즈 예약
이번 여행은 작년 2월에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로얄 캐리비언사(현재는 크루즈TMK로 통합되었습니다)에서 직접 크루즈 일정을 예약했습니다. 12년 전에도 로얄 캐리비언사에 직접 예약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온통 영어라 (번역사이트도 마땅치 않아서) 이것저것 조사할 때 많이 힘들었습니다만, 이번엔 예전 경험도 있고 한글로 여행 정보가 제공되어서 그다지 어렵지 않게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예약한 코스는 AL 7 NIGHT WESTERN MEDITERRANEAN CRUISE 입니다. 링크에 있는 내용은 매번 변경되기 때문에 참고만 하시면 되는데, 아래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저는 이번에 발코니가 있는 방을 선택했습니다. 내측(창문이 없는 방) - 오션뷰(동그란 창문하나 있는 방) - 발코니(선실 밖에 2인용 탁자가 있는 발코니) 순서로 가격이 높아지는데, 안주인의 강력한 요청으로 발코니가 있는 방으로 예약했습니다. 저희가 지불한 가격은 2명이 총 2600달러 정도됩니다. 현재 환률로 360만원 정도네요. (이건 매번 변하는 가격이고... 어느정도 할인도 받은 가격입니다. 참고로 홈페이지에 있는 가격에 세금과 선상팁이 추가됩니다.)
360만원이면 7일로 나누면 하루에 50만원입니다. 호텔로 생각하면 물론 비싼 비용입니다. 그러나, 이 비용에는 숙박비용외에도 식사비용/이동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비싸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만약 가장 싼 내실로 예약했다면 일반 육로 여행에 비해 훨씬 저렴한 여행이 되었을 것입니다. 크루즈 여행이 럭셔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스위트룸을 잡는게 아니라면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Shore Excursion 예약
한마디로 기항지별로 크루즈사에서 제공하는 선택 관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크루즈 여행 때는 이 선택관광을 미리 예약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 기항지별로 부두와 관광지간의 거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처음 방문한 마요르카섬의 팔마쪽은 아래와 같습니다. 맨 아래쪽이 크루즈선이 정박한 부두이고, 가운데쯤 깃발 아이콘들이 주요 관광지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걸으면 1시간 20분쯤 걸린다고 나옵니다. 걷기는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애매하죠. 게다가 우리는 좌측에 있는 벨리베 성(Castell de Beliver)을 들러 구경하기로 했기 때문에 더 애매했습니다. 고민하다가 그냥 여기에서는 선택관광을 하지 않고, 터미널에서 벨리베까지 걸어가서 구경하고, 다시 걸어서 관광지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돌아올때는 택시를 타고요.
선택관광이 저렴하면 고민할 이유가 없겠죠. 그런데 대부분의 선택관광이 100달러 내외였습니다. 싼게 70달러라고 해도 10만원 정도이니 4명 40만원은 아무래도 부담스럽죠.
한편 아래는 피사쪽 지도입니다. 피사쪽은 기항지(라스페치아)와 76km나 떨어져 있습니다. 피렌체는 더 멀고요. 그래서 여긴 선택관광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크루즈를 먼저 예약한 후, 크루즈 출발 서너달쯤 되면 크주즈선 기항지 위치가 확정이 되니까, 기항지 위치와 관광지 위치를 살펴보며 선택관광을 예약하시면 됩니다.
얼루어호 간단 소개
이번에 저희가 승선한 얼루어호(Allure of the Seas) 는 총 23만톤이고 앞뒤 길이가 360미터에 달하는, 항공모함보다도 더 큰 크루즈입니다(그 유명한 타이타닉 호가 5만톤 정도입니다).승객만 5500명정도 태울 수 있다고 합니다. 24년 기준 전국 고등학교 학생 수 순위에서 가장 학생수가 많은 학교가 1400명 수준이니 4개 고등학교 학생을 모두 태우는 정도입니다. ㅎㅎ
이렇게 큰 크루즈선을 타면 내부 시설이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전 12년전 7만톤 급에서는 한 서너시간이면 배 구경을 모두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심지어 사나흘 동안 전혀 가보지 못한 곳도 있었습니다. ㅎㅎ
그리고 프로그램이 다양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예전 크루즈에서는 매일 저녁 식사시간 후 대형 극장에 가서 쇼를 구경하는 것과 크루즈 선 중심에서 열리는 음악 및 파티외에는 별로 볼 게 없었는데, 이번엔 종류도 규모도 모두 많아졌습니다.
또한 예전에는 좀 나이든 사람들을 위한 프록그램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젊은 가족을 대상으로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는 것도 즐거운 경험중의 하나였습니다.
아래는 아쿠아쇼구요,
아래는 피겨 스케이팅 쇼입니다. 아이스링크는 제 생애 처음이었습니다 :)
아래는 뮤지컬 맘마미아입니다. 뮤지컬도 제 생애 처음이었습니다. :)
얼루어호의 상세 사항은 이 글에서는 생략합니다. 로얄캐리비언사의 홈페이지와, wiki를 참고하세요. 다만 한가지, 우리가 묵었던 방에 대해 간단히 소개할까 합니다. 아래는 저희가 묵었던 11층 평면도인데, 화살표가 있는 11239호실에 저희가 묶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이 방은 가운데 뚫려져 있는 쪽을 향해 있습니다.
이 뚫려져 있는 부분의 7층에는 센트럴파크가 있습니다. 그래서 발코니에서 사진을 찍으면 아래처럼 바다가 아니라 숲이 보입니다^^
사실 바다쪽을 향하는 발코니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별로입니다. 바다는 30분만 바라보면 끝입니다. 그냥 망망대해니까요. 배가 출발할 때와 도착할 때는 좀 볼게 있을지 모르겠는데, 출발시간은 대부분 식사시간과 겹치고 도착 시간은 한참 잠잘때라...
물론 센트럴파크를 향하는 발코니룸도 단점은 있습니다. 좀 시끄럽다는 겁니다. 저희방 바로 아래쪽에 바에서 저녁시간 내내 여러가지 음악 공연이 있어서 계속 문을 열어두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렇게 오아시스급 크루즈선을 탄다면 센트럴파크 쪽 발코니룸을 추천합니다.
에어비앤비
이번 여행에서 크루즈를 제외한 육상 여행은 모두 에어비앤비를 이용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은 처제네 부부까지 총 4명이 여행을 했기 때문에 에어비앤비가 편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차피 계속 같이 먹고 같이 움직이고 같이 잠자니까, 그냥 한 집에서 지내는 편이 편했거든요.
물론 비용도 저렴했습니다. 대략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의 경우 1박에 30만원선, 톨레도와 그라나다의 경우 1박에 20만원선이었습니다. 정확히 비교는 해보지 않았지만 일반 호텔의 1/2 ~ 2/3 선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다만, 에어비앤비는 체크인 체크아웃 방식이 제각각이다 보니, 계속 소통해야 하는 것이 약간은 부담스럽습니다. 대부분 집 앞에 있는 열쇠박스에 열쇠를 넣어두고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출입하게 되는데, 매번 방식이 다르다보니 도착하고 출발할 때마다 주인장의 메시지를 체크해야 했습니다. 머... 그래도 스페인어로 받은 메시지를 번역해야 하는게 귀찮았지만 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준비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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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서지중해 크루즈 여행(1) - 사전 준비
- 2025년 서지중해 크루즈 여행(2) - 출국 및 도착
- 2025년 서지중해 크루즈 여행(3) - 톨레도
- 2025년 서지중해 크루즈 여행(4) - 그라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