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백과와 함께하는 그림 명작 여행

2026/07 4

윌리엄 홀먼 헌트

어스름한 황혼이 깔리는 황야에 빨간색 리본을 뿔에 감고 있는 누런 양 한마리가 서 있습니다. 자세히 쳐다보니 여기저기 짐승들의 뼈와 뿔이 보입니다. 둥근 달이 비치는 늪에는 말라죽은 나뭇가지도 보입니다. 멀리 보이는 산맥에는 초록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네요. 이곳은 사해 언저리에 있는 구약성경의 "소돔과 고모라"의 소돔입니다. 양의 발은 소금 밭에 반쯤 빠져들어 있습니다. 죽음의 바다라는 걸 정말 실감나게 그렸습니다.이 그림은 윌리엄 홀먼 헌트가 그린 《희생양》입니다. 권력자들이 사고를 친 뒤, 자신은 오리발 내밀고 적당한 책임자 한명 내세울 때의 바로 그 희생양이죠.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속죄일에 염소를 속죄의 제물로 삼아, 염소의 머리에 손을 얹고 모든 죄를 염소 머리에 씌운 뒤 광야로 내보냈습니다. 이..

노동을 그린 화가: 포드 매독스 브라운

그림 제목이 말 그대로 《노동》입니다. 이제까지 제가 나름 많은 명화들을 공부했지만, 노동자들을 주인공으로 묘사한 그림은 거의 처음인 것 같네요.... 아... 생각해보니 귀스타브 쿠르베의 《돌 깨는 사람들》나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마루 깍는 사람들》과 같은 사실주의 그림 중에도 노동을 묘사한 작품이 있네요. 하지만 이 그림은 현실을 그대로 담은 게 아니기 때문에 사실주의 그림이 아닙니다.그림이 정말 어지러워 보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그림에 꽉 차있어서, 누가 누군지 아니 몇 명이나 그려져 있는 건지도 파악하기 힘듧니다. 가운데는 도로에 구멍을 파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하수도 공사라고 합니다. 당시 콜레나 장티푸스같은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상하수도 공사가 많았다고 하네요. 그 앞..

인상주의를 넘어: 디트로이트 미술관 특별전 (1점)

어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인상주의를 넘어: 디트로이트 미술관 특별전》 (2026.05.28 ~ 08.23) 을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미술전시회네요. 더 자주 다니고 싶은데 현대 미술이 별로인 저로서는 그다지 선택권이 없습니다.사실 처음부터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개중에는 마음에 드는 작품도 있었습니다만, 아래에 보시는 것처럼 평가는 1점입니다. 제가 평가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최저점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시회 평가를 읽어보시면 됩니다.제일 좋았던 작품제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이 나왔습니다. 모리스 드니의 《라 데페슈 드 툴루즈》입니다. 번역하면 "툴루즈에서 온 속보" 정도 될 것 같은데, 툴루즈에 있는 신문사 라 데페슈를 위한 포스터로 의도된 작품이랍니다. 모리스는 에두아르 뷔야르, 폴 세뤼지..

액자 값보다 싼 그림: 로런스 알마타데마

로런스 알마타데마는 평생 그리스 로마 및 이집트 문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아래는 그의 대표작인 《헬리오가발루스의 장미》입니다. 서기 3세기 초의 로마 황제 헬리오가발루스가 베푼 연회를 묘사합니다. 앞쪽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장미꽃잎 속에 파묻혀 있고, 뒤쪽에는 황제 일행이 이 광경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역사서 《히스토리아 아우구스타》에 따르면, 황제는 손님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다가, 회전식 천장을 뒤집어 속에 있는 제비꽃 등으로 파묻었다고 합니다. 위로 기어 올라갈 수 없었던 사람은 실제로 질식해 죽었고, 황제는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인간들을 유흥거리로 삼아, 높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포도주를 마시며 그 모습을 즐겼다고 합니다.이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황제는 로마 제국의 제23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