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발라동은 "인생 역정"이란 말에 어울리는 여류 화가입니다. 파리 몽마르트르에서 세탁부를 하던 어머니에게 길러진 발라동은 열한 살 때부터 이것 저것 안해 본 일 없이 일하다가, 15살에 자신이 꼭 해보고 싶었던 서커스 곡예사로 일했지만 1년만에 공중 그네에서 떨어져 부상당하는 바람에 그만두고 할 수 없이 모델일을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어깨너머로 르누아르,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 등의 기법을 배워서 화가가 된 인물이니까요. 게다가 여러 화가들과 동거하다가 여러 번 결혼하다 헤어지다를 반복하다가, 48세가 되던 1914년에 화가이자 아들 친구와 결혼까지 했으니 개인적인 삶도 순탄하다고 볼 수 없구요.
아래는 수잔 발라동의 대표작 중 하나인 《투망》입니다. (그러나 언어링크 수로는 8점에 불과합니다. 그다지 유명한 그림이라고는 할 수 없죠) 이 그림의 모델이 아들 친구이자 남편인 앙드레 어터입니다.

세 명이 그려져 있지만, 모두 앙드레 어터를 그린 것이고, 모두 그물을 던지기 직전의 모습을 세 방향에서 그린 겁니다. 원래 그리스 로마시절부터 남성 누드를 그리는 전통이 있었지만, 이 그림은 여성이 그린 남성 누드라는 점, 2미터 x 3미터 짜리 대형 그림이라는 점에서 센세이션과 비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발라동의 마지막 남성 누드 작품이기도 합니다.
발라동은 몽마르트르를 스쳐간 많은 화가들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르누아르와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의 작품에 가장 많이 등장합니다. 발라동은 툴루즈로트레크와 2년간 연인으로 지냈고 결혼까지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둘 사이의 관계는 발라동의 자살 소동으로 끝을 맺습니다. 아마도 툴루즈로트레크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결혼을 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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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땋은 머리, 르누아르, 1883, 179.7 x 89.1 cm, 오르세 미술관 |
대수욕도, 르누아르, 1884-1887, 115 x 170 cm, 필라델피아 미술관 |
숙취 (수잔 발라동), 툴루즈로트레크, 1887-1889, 47 x 55 cm, 포그 미술관 |
발라동이 제대로 화가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사람은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와 에드가 드가라고 합니다. 특히 에드가 드가는 발라동의 대담한 소묘와 섬세한 그림에 반해서 에칭도 가르쳐주고 발라동의 작품을 사주면서 격려했다고 합니다.
발라동은 여성 누드를 많이 그렸습니다. 아래 그림은 누드는 아니지만, 여성을 이상화하지 않은 그림으로 유명합니다. 원래 이렇게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 있는 여성의 자세는 서양의 전통적인 여성 누드 자세였습니다.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프란시스코 고야의 《옷벗은 마하》, 장오귀스트도미니크 앵그르의 《그랑드 오달리스크》,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까지, 화제와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명작들을 모방한 것입니다.

수잔 발라동은 이러한 유구한 전통이 있는 여성상을 비틀어, 누드가 아닌 옷입은 모습으로, 그리고 담배까지 물고 있는 전혀 남성적 시선과는 반대인 모습으로 묘사함으로써 충격을 준 것입니다. 그림이 그려질 당시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남성에 의해 제약을 받는 대상으로서의 여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여성이 등장하던 시기에, 독립적이며 개성적인 여성의 모습을 묘사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특히 수잔 발라동보다 20년 정도 먼저 태어난 베르트 모리조(1841년~1895년), 메리 카사트(1844년~1926년)와 같은 프랑스 여성 화가들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이 두 분도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깨고자 노력했지만,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분들이다 보니, 정물화나 가족 초상화 정도 그리는 데 만족하였지만, 수잔 발라동은 어려운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페니스트적인 그림이 많아 확실히 차별화됩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창문 앞에 있는 젊은 여인》입니다. 이번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에 전시된 작품인데, 별도의 위키피디아 페이지는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 작품이 전형적인 수잔 발라동의 화풍을 보여주고, 제 마음에는 꼭 드는 그림이네요. 자세한 작품 소개는 동아일보 글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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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발라동의 작품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정리하는 기준은 간단히 틀:수잔 발라동에 있는 모든 영어 위키피디아 문서를 번역하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지만 언어링크 수가 6이상인 작품들을 추가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추가할 작품이 전혀 없더군요. 그래서 어렵지 않게 정리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이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