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새겨져있는 높다란 보좌위에 백옥같은 나신이 훤히 비치는 푸른색 가운을 걸친 여성이 잔을 내밀고 있습니다. 고개를 쳐들고 깔보는 듯한 시선으로 요술봉을 들고 있는 모습이 위협적으로 보이네요. 그녀 뒤에 있는 커다란 거울 속에는 오디세우스(율리시스)와 그의 배가 비치고 있습니다. 이 여인은 호메루스가 쓴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마녀 키르케입니다. 그녀의 보좌 좌우로는 키르케가 오디세우스의 선원을 변신시킨 돼지가 보입니다. 이 그림은 오디세우스에게도 마법의 물약을 먹여 돼지로 변신시키려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키르케의 발치에 있는 보라색 꽃들은 예로부터 왕권과 귀족, 그리고 주술적 신비함을 뜻하며, 오른쪽에 있는 향로의 연기는 이러한 분위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가 1891년경에 그린 《율리시스에게 잔을 권하는 키르케》입니다. 그림 속 장면은 얼마전 개봉한 클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에도 나오는 장면이죠. 오디세우스는 헤르메스의 도움을 받아 이 위기를 극복하고 키르케를 굴복시킵니다.
저는 사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원전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가끔씩 중간중간 나오는 에피소드 몇 개만 귀동냥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림을 공부하고 있다보니 그리스 로마 신화로부터 시작해서 기독교, 유럽의 역사까지 다양한 내용을 알아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안그래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읽어볼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영화까지 나왔으니 다른 책을 모두 제쳐두고 오디세이아부터 읽어야 겠다고 결심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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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월계관을 쓰고 붉은 천을 걸친 남성이 연못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림 한편엔 왼쪽 가슴을 드러낸 채 분홍빛 천을 걸치고 있는 여인이 슬픈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녀의 머리엔 양귀비 꽃 한 송이가 꽂혀 있습니다. 양귀비 꽃은 덧없는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상징하기도 하고 죽음과 소멸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 여인은 자기 목소리를 잃고 다른 사람의 말 끝을 따라할 수 밖에 없었던 에코입니다. 그림속의 청년 나르키소스를 사랑했지만 니르키소스는 자기 자신만 사랑하여 결국 불멸의 존재이지만 몸은 사라지고 목소리만 남은 비운의 님프죠.

이 그림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가 그린 《에코와 나르키소스》입니다. 에코가 결국 사라지자 에코의 친구인 님프들이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에게 기도하여 사르키소스가 아무도 사랑할 수 없게 만드는 저주를 받게 했습니다. 나르키소스는 연못 물 속에 비친 자기 자신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말라죽었고, 그 자리엔 수선화(Narcissus)가 남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기원후 8년에 쓰여진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라는 이야기 시에 나오는 아주 유명한 에피소드입니다. 《변신 이야기》는 다양한 신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단테 알리기에리, 윌리엄 셰익스피어 등에 영감을 주었고 고전주의 회화에서 많이 인용되었습니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는 다양한 주제의 200여점의 작품을 남겼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했던 주제가 고대 그리스 신화와 아서왕 전설 그리고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온 여성들을 묘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제가 보기에 그냥 예쁜 여자들 그리기를 좋아한 겁니다. ㅎㅎ
워터하우스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는 앨프레드 테니슨 경의 1832년 시 《샬롯의 여인》의 한 장면을 묘사한 《샬롯의 여인》입니다. 이 이야기는 원래 영국 아더왕의 전설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샬롯의 여인은 원탁의 기사 중 한명인 랜슬롯을 사랑하지만, 랜슬롯은 아서왕의 왕비인 귀비네어만 사랑하여, 결국 죽음을 맞는 여인으로, 사실 원전에서는 아주 조연 중의 조연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테니슨이 그녀의 이야기를 각색하여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 이야기로 바꿨습니다. 테니슨의 시 《샬롯의 여인》은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현실이나 바깥 세상을 직접 보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으며, 대신 거울을 통해 세상을 보고 그 모습을 태피스트리로 짜야 하는 저주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멀리서 서로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을 보며 절망을 느꼈고, 평범한 삶을 갈망하며 나날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거울을 통해 말을 타고 지나가는 랜슬롯 경을 본 여인은 충동적으로 방을 가로질러 그를 바라보았고, 그 순간 거울이 갈라지며 자신에게 저주가 내려졌습니다. 여인은 배를 타고 탈출하며 뱃머리에 '샬롯의 여인'이라고 새기고 카멜롯을 향해 항해했습니다. 얼마후 카멜롯의 기사들과 귀부인들은 그녀의 차가운 시신을 발견했으며, 그중 한 명인 랜슬롯은 그녀의 영혼을 굽어살펴 달라고 신에게 기도했습니다.
워터하우스는 이러한 내용을 1888년, 1894년, 1915년 등 세번에 걸쳐 작품으로 남겼습니다. 시간 순으로는 거꾸로 그렸네요.
맨 처음 그림인 1888년 작품은 《샬롯의 여인》으로, 그녀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랜슬롯을 향해 배를 타고 가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배 맨 앞에는 등불이 걸려 있고, 그 바로 뒤에는 십자가 상과 세 개의 촛불이 있습니다. 촛불 세개 중 하나만 켜 있는 것은 그녀의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상징합니다.

그로부터 6년 뒤인 1894년에는 《랜슬롯을 발견한 샬롯의 여인》을 그렸습니다. 그녀가 거울 속에서 랜슬롯을 발견하고 충동적으로 창밖을 내다보자 거울이 깨지고 그녀를 옭아매고 있던 금색실이 엉키며 저주가 현실화 됩니다.
그로부터 21년 뒤인 1915년, 그가 죽기 2년전에 《그림자는 이제 지겨워, 샬롯의 여인이 말했네》를 그렸습니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샬롯의 여인이 베틀 작업을 멈추고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묘사했습니다. 배경에 보이는 거울에는 카멜롯의 성벽과 다리가 보이고, 그 바로 앞에는 "갓 결혼한 두 젊은 여인"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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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슬롯을 발견한 샬롯의 여인》(The Lady of Shalott Looking at Lancelot), 1894년, 144.2 x 86.3 cm, 영국 리즈 미술관 | 《그림자는 이제 지겨워, 샬롯의 여인이 말했네》, 1915년, 100.3 x 73.3 cm, 캐나다 온타리오 미술관 |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는 거의 대부분 이처럼 여성이 단독으로 있는 그림을 주로 그렸습니다. 특히 신화나 전설, 신비로운 주제로 많은 그림을 그렸죠.
아래 《마법진》이나 《질투하는 키르케》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법진은 관련된 이야기가 없이 그냥 마녀를 그리고 있지만, 키르케는 위에서 언급했던 마녀입니다(시간상으로는 《오디세이아》보다 한 세대 전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키르케도 마녀였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는 점에서는 다른 워터하우스의 그림과 유사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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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진》(The Magic Circle), 1886년, 183 x 127 cm, 런던 테이트 브리튼 | 《질투하는 키르케》, 1892년, 179 x 85 cm,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립 미술관 |
2018년, 미투 운동이 한창일 때, 맨체스터 미술관에서는 여성의 성 상품화를 고발하는 차원에서 워터하우스의 작품 《힐라스와 님프》전시를 중단시키고, 그 자리엔 포스트잇을 준비해 관람객의 의견을 달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 조치는 반발을 낳았고 일주일 후에 다시 걸리게 되는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사실 워터하우스가 아름다운 여성을 많은 작품으로 남겼다고는 해도, 여자의 나체를 묘사한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워터하우스의 작품목록에서 확인해보시면 됩니다. 그럼에도 맨체스터 미술관에서 구지 워터하우스의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래와 같이 맨체스터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었고, 마침 나체를 묘사한 그림이었기에 이슈화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위키백과가 알려주는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10대 대표작
아래는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작품들을 언어링크 순으로 정리하여 그 중 최고로 점수가 높은 10개의 작품을 선정한 결과입니다. 바로 위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힐라스와 님프》가 가장 점수가 높네요. 흠... 그러고 보니 맨체스터 미술관의 해프닝 이후 이 그림이 더 유명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확인해보니, 2018년 이전에는 폴란드어,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등 세개 언어로만 페이지가 있었는데, 2018년 초에 노르웨이어, 영어, 일본어가 갑자기 추가되었고, 이후 순차적으로 추가되었네요. 맨체스터 미술관 전시 중단 사건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네요. ㅎㅎㅎ
| 폴란드어 | 2011년 6월 5일 |
| 네덜란드어 | 2013년 7월 27일 |
| 프랑스어 | 2014년 9월 13일 |
| 노르웨이어 | 2018년 2월 7일 |
| 영어 | 2018년 2월 19일 |
| 일본어 | 2018년 3월 18일 |
| 포르투갈어 | 2019년 1월 11일 |
| 카탈루냐어 | 2019년 1월 21일 |
| 스페인어 | 2019년 9월 11일 |
| 튀르키에어 | 2020년 3월 26일 |
| 페르시아어 | 2020년 8월 16일 |
| 러시아어 | 2020년 9월 26일 |
| 우크라이나어 | 2021년 1월 12일 |
| 아랍어 | 2021년 2월 11일 |
| 이탈리아어 | 2021년 8월 26일 |
| 인도네시아어 | 2021년 9월 6일 |
| 스웨덴어 | 2022년 8월 27일 |
| 중국어 | 2022년 11월 26일 |
| 아르메니아어 | 2024년 4월 8일 |
| 히브리어 | 2025년 6월 25일 |
| 독일어 | 2026년 2월 11일 |
| 한국어 | 2026년 8월 4일 |
위키백과 정리
아래는 제가 정리하기 전의 틀: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상태입니다. 단 두 작품만 정리되어 있었네요. 제가 요즘 계속해서 라파엘 전파 화가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라파엘 전파 화가들이 그다지 인기가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ㅎ

아래는 현재 상태입니다. 영어페이지만 있는 작품은 걸렀고 나머지는 모두 번역하고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언어링크 수가 5 이상인데도 영어 페이지가 없는 작품은 단 하나 《데카메론 이야기》 (1916) 추가했습니다.

이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