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

하늘이푸른오늘 2015. 3. 2. 13:22

To Kill a Mockingbird (Harper Lee)

앵무새 죽이기(하퍼 리)


며칠전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1960년 7월 출간돼 4000만부 이상 팔린 ‘앵무새 죽이기’의 후속편이 발견" 되었고, 이 책을 발견한 변호사는 출간한다고 하고 정작 본인은 발간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별로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라서 그렇겠지만, 오래전에 제목 정도만 들은 듯한 '앵무새 죽이기'라는 책이 퓰리처 상을 수상했고 400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라는 점에 놀랐습니다. 그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이 속편("가서 파수꾼을 세워라(Go set a Watchman)")이 앵무새 죽이기 보다 먼저 쓰여 졌는데, 그 동안 원고를 잃어버렸다가 최근에 다시 찾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하퍼 리 란 분이 평생에 책한권으로 족하다라고 했다지만, 기왕 써놓은 원고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는다는 게 말이 되나 싶거든요.


또, 앵무새 죽이기는 이 '속편'속에 들어 있는 작은 에피소드에 관심을 가진 출판업자가 별도의 소설로 쓰도록 권한 결과였다고 하네요. 이 소설에 얽힌 이야기야 말로 정말 소설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앵무새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은 앨라배마 주에 있는 메이컴이라는 가상 도시입니다.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 대공황 전후이고요. 참고로 속편(Go set a Watchman)은 시대적 배경만 20년 후인 1950년대라고 합니다. 


어린 주인공 스카웃이 오빠인 젬과 방학마다 옆집으로 놀러오는 딜과 함께 겪은 경험담을 스카웃의 입장에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주요 사건이라면 오랫동안 칩거를 하고 있는 부 래들리를 직접 보고 싶어 집에서 끌어내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해프닝, 그리고 질낮은 이웰이라는 백인이 자기딸을 흑인이 겁탈하였다고 고발하여 재판을 받게 하고 끝내 죽임에 이르도록 하는 이야기 정도. 대부분이 10살정도 된 스카웃이 그 동네에 살고 있는 여러 등장인물들의 생활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그다지 감명을 받지 못했습니다. "강간과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라고 평을 받고 있고, 세밀한 묘사로 그 당시의 모습이 눈에 그려질 듯 잡하지는 듯 했지만, 인종차별이 별로 실감나지 않는 저에게 그냥 단조로운 일상적인 이야기에 가깝지 않았나 싶습니다. 


4000만부 이상 팔렸다는 이유는, 아마도 미국인들이 잊고 있었던, 노예 해방이 되었으나 엄연히 인종차별은 존재했던 옛 남부 이야기에 대한 향수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선생님을 비롯해 대부분의 "교양있는" 중산층이면서도 흑인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을 하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속에서, 그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미움 속에서도 살인 누명을 쓴 흑인을 끝까지 변호한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가 사실상의 주인공입니다. 극히 보수적인 남부의 분위기 속에서 '숙녀'로 키워야 한다는 많은 압박속에서도 딸을 합리적으로 키우고자 했던 애티커스야 말로, 노예제도, 인종차별이라는 흑역사만 존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내세우고 싶은, 자신들의 자존심을 지켜준 영웅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뭐... 그래도... 읽었다는 게 다행이고... 아마도 속편도 읽어보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민,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