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여의도 더 현대에서 2026년 11월 03일까지 진행하는 뱅크시 특별전(뱅크시:Still Here)에 다녀왔습니다. 생각난 김에 위키백과에 있는 뱅크시 문서도 모두 정리했습니다. 관련 내용은 얼굴 없는 양심: 뱅크시를 읽어보시면 됩니다.
이 전시회는 주로 뱅크시가 제작한 판화들이 주로 전시되었습니다. 뱅크시는 원래 그래피티 작가로 출발했고, 출생지였던 브리스톨, 현재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런던 외에도 뉴욕, 요르단 서안 지구, 우크라이나 등지에 자신과 인류를 되돌아보게 하는 그래피티 작품을 많이 남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그래피티는 사회 범죄와 가깝고, 그것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만들었던 그래피티들을 여러가지 버전의 한전판 판화로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뱅크시가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Pest Control Office에 문의하면 구입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구요(구매 링크는 별도로 없어서 실제 구입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이런 판화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퇴화된 의회》입니다. 영국 하원의 회의에 참석한 의원을 모두 원숭이로 대체했습니다. 원래 2009년에 《질의 응답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다가 2019년에 영국의 브렉시트 때 내용을 약간 수정하고 제목을 바꿔서 다시 전시했습니다.

그런데 원래 이 작품은 2.5 m × 4.2 m 짜리 대형 유화입니다. 뱅크시의 작품중에는 매우 희귀한 포맷이죠. 그런데 이 작품도 이렇게 정식 판화로 제작되었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아래는 판화가 아니라 설치 작품입니다. 《아내는 내가 집에서 일하는 걸 싫어한다》라는 제목을 붙여뒀더군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때 뱅크시가 공개한 작품입니다.

당연히 이 작품은 레플리카입니다. 아마도 뱅크시가 공개한 인스타그램 사진을 사용해서 제작했겠죠. 이런 작품들도 몇몇 있었습니다. 뱅크시가 요르단 서안지구 베들레햄에 세웠던 《월드 오프 호텔》을 흉내낸 설치 작품도 있었고, 디즈니랜드를 "사악하게 변형시켜... 어린이에게 부적합한 가족 테마파크"라고 홍보한 《디즈멀랜드》도 조금 흉내내기도 했고요. 하지만 설치 작품을 보여주기엔 공간이 너무 한정적이라서 볼만한 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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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는 평소 국가에 의한 폭력의 가장 정점인 전쟁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요르단 서안 지구를 직접 방문해서 여러 작품을 남겼죠. 2021년에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여러 작품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읽어보시면 됩니다. 이 때 제작된 그래피티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 아래 왼쪽의 《대전차 장애물 위의 아이들》입니다. 말 그대로 대 전차 장애물을 기막히게 활용해서 아이들이 시소를 타고 있는 듯하게 표현했죠.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 작품은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 작품은 대 전차 장애물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대신 오른쪽에 있는 《유도 소년》이 나왔습니다. 조그만 소년이 덩치 큰 남자를 메다 꽂는 그림인데, 사실 뱅크시는 아무 제목도 달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도 이번 전시회에서도 《푸틴은 꺼져라》라는 제목을 달아뒀더군요. 아래는 이 작품을 그대로 담아서 우크라이나에서 발행한 우표고요. 사실 제목에 일리가 있는 것은 푸틴이 유도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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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꽃 던지는 사람》 앞에서 비슷한 포즈를 취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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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뱅크시 전시회는 두번째입니다. 첫번째는 작년(2025년) 크루즈 여행중 마드리드에서 우연하게 발견했던 Museo Banksy Madrid(마드리드 뱅크시 미술관)이었습니다.
이 미술관은 더 현대 전시와는 달리 실제 설치 작품이 많았습니다. 아래 《 행복한 연말연시 되세요 》(Seasons Greetings)이란 작품처럼요. 동선을 따라가다보면 오른쪽 부분, 즉 어린이가 입을 벌려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받아먹는 모습이 보이는데, 코너를 돌아가면 이 눈이 사실은 쓰레기 태우고 날린 재라는 거죠.

원래 뱅크시의 작품 중 대부분은 그래피티이고, 대부분 그 환경에 맞는 그림을 그린 작품이 많은데, 이런 작품은 환경이란 맥락을 떼어버리면 전혀 그림의 의미가 전달이 안됩니다. 예를 들어 아래 왼쪽의 작품은 뱅크시의 《런던 동물원 시리즈》중 하나로 위성 안테나에 늑대가 울부짖는 그림인데, 위성 안테나가 없다면 웨어울프(늑대인간)이라는 의미가 사라지게 됩니다. 오른쪽에서도 소화전이 없다면 의미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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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인간》, 뱅크시, 2024 | 《해머 보이》, 뱅크시, 2013 |
물론 이런 레플리카 외에도 판화도 있고, 유화들도 있었습니다. 진품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미술관 자체도 합법적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Pest Control Office에 따르면 이미지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건 문제 없지만, 어떠한 상업적 용도로도 사용하지 말라고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때문에 더 현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시회도 합법적인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전시되는 작품 자체는 뱅크시 관련회사에서 판매한 정품이 확실한데, 그러한 작품을 모아서 전시회를 하는 게 저작권에 위배되는건지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에 관계없이 전시회는 추천합니다. 뱅크시의 기발함을 느껴보실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원래 저는 전시회를 다녀오면 위키백과에 등록된 페이지 수를 기준으로 평점을 매기는데, 이 전시회는 여러 점 복제되는 판화라서 평점을 매기기가 힘드네요.
민, 푸른하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