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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공부/전시회

스페인 미술 500년: 빛과 어둠의 연대기 전 (8점)

하늘이푸른오늘 2026. 10. 29. 16:16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미국 히스패닉 협회 박물관 및 도서관 소장 스페인 관련 회화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정식 전시회 제목은 〈스페인 미술 500년: 빛과 어둠의 연대기〉입니다. 

"히스패닉"은 원래 이베리아 반도에서 스페인 지역을 가르키는 말이었으나, 현재는 미국인 중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가르키는데, 그 중에서도 중남미 출신을 주로 가르킨다고 합니다. 현재 미국 인구 중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히스패닉 협회에서의 "히스패닉"이란 단어는 예전 용법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요즘은 라틴 아메리카 관련 자료도 수집하고 있지만, 원래 설립 목적은 "옛 스페인 본국과 식민지 시절의 문화를 중점적으로 다루기 위해" 설립되었다고 하거든요.

우리 부부가 가장 감명 깊게 보았던 작품은 아래의 작품입니다. 산티아고 루시놀 이라는 분의 《사군토의 카바리오, 하루의 끝》작품인데, 황혼이 내리고 있는 황폐한 수도원으로 돌아보려는 듯 수도사의 뒷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산티아고 루시놀은 후기인상주의 화가라고 하고, 주로 독특한 색감의 풍경화를 많이 그렸는데, 이 작품은 상징주의 느낌이 강하네요.

《사군토의 카바리오, 하루의 끝》, 1901, 산티아고 루시놀, 미국 히스패닉 협회

우리 부부 모두 이 그림을 보면서 어딘가에서 본 듯하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아마도 아래의 그림과 비슷한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르놀트 뵈클린의 대표작인 《죽음의 섬》인데, 조각배에 서있는 하얀색 인물이 위 그림의 수도사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듯합니다.

《죽음의 섬》세번째 버전, 1883년, 80 × 150 cm,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

가장 기괴했던 그림은 세바스티안 무뇨스의 《스페인 왕비 루이사 데 오를레안스의 장례》였습니다. 그녀의 남편인 카를로스 2세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느끼게 해주는데, 루이사의 복장은 수녀복 차림이라고 하네요. 아래쪽 명문을 둘러싼 천사들의 슬픈 표정과, 그녀의 시신을 운구할 수사들의 무표정한 모습이 대조가 됩니다.

《스페인 왕비 루이사 데 오를레안스의 장례》, 세바스티안 무뇨스, 미국 히스패닉 협회

이 전시회에서 대표로 내세운 화가는 엘 그레코, 디에고 벨라스케스, 프란시스코 고야, 호아킨 소로야 였습니다. 모두 제가 좋아하는 화가들입니다. 엘 그레코의 작품으로는 《성가족》과 《참회하는 성 예로니모》가 전시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얼굴은 약간 밉게 그려졌지만, 엘 그레코 특유의 HDR(High Dynamic Range) 같은 색감, 그리고 매너리즘 스타일의 길쭉한 비율이 잘 드러납니다.

《성가족》, 1585년경, 엘 그레코, 미국 히스패닉 협회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그림 중에는 단연 《카밀로 아스탈리의 초상》이 유일하게 전시되었습니다. 저는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자화상.... 이라고 생각하다가, 아닌데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하고 의문을 가지는 그런 그림입니다. 이 분은 벨라스케스가 그린 초상화 중에서 가장 유명한 초상화의 주인공인 이노센치오 10세의 양 조카로, 벨라스케스를 총애한 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눈빛이 아주 다정해 보이네요.

《카밀로 아스틸로의 초상》, 디에고 벨라스케스, 1650년, 61 x 48 cm, 미국 히스패닉 협회

프란시스코 고야와 호아킨 소로야의 그림도 전시는 됐지만, 그다지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안듭니다. 두분의 작품 모두 그분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분들의 화풍과는 거리가 먼 작품들이기 때문입니다. 

《돈 마누엘 라페나》, 프란시스코 데 고야, 1799  《자화상》, 호아킨 소로야, 1909, 53.8 x 64 cm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작품은 두 점이 전시되었습니다. 위에 있는 그림 포함해서  두점 모두 초상화였습니다. 미국 히스패닉 협회에서 소장하고 있는 고야의 대표작, 아니 히스패닉 협회 소장 작품중 대표작인 《검은 공작부인》이라도 나왔다면 좋았을텐데... 싶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두 점 모두 고야의 양식을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이럴 때 우리나라의 전시회들이 많이 아쉽습니다. 아직까지도 《검은 공작부인》을 모시고 올 수 있는 정도로 저변이 넓지 못하다는 의미니까요.

호아킨 소로야의 작품들은 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소로야는 미국 히스패닉 협회에서 특별히 '소로야 룸'을 마련해서 전시하고 있는 《스페인의 비전》을 의뢰할 정도로 히스패닉 협회에 많은 작품이 소장되어 있고, 이번 전시에서도 많은 작품이 출품되었습니다만, 루미리즘이라는 빛을 강조하는 인상주의 일파인 호아킨의 특징적인 작품은 제외되고 인물화 몇점 겨우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시회 평가

이번 전시회 평가 점수는 8점입니다. 점수를 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전시회에 나온 작품 중 독자적으로 위키백과 페이지를 가진 작품의 모든 언어링크 수를 더한 값입니다. 이번 50여의 작품중에서 자체 위키피디어 페이지를 가진 작품은 세 점입니다. 위에서 소개드린 《성가족》, 《카밀로 아스탈리》, 그리고 《돈 마누엘 라페나》만 자체 페이지가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 히스패닉 협회 소장품중 가장 언어링크 수가 많은 작품부터 나열한 목록입니다. 이것과 위를 비교해 보시면 제가 아쉬워한 이유를 조금 느끼실 겁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