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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공부/화가

얼굴 없는 양심: 뱅크시

하늘이푸른오늘 2026. 10. 22. 22:23

두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모자를 거꾸로 쓰고 있는 청년이 꽃다발을 투척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가장 유명한 그래피티 작가이자 정치활동가인 뱅크시의 《꽃 던지는 사람》(일명 《사랑은 공중에》)입니다. 뱅크시가 2003년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남겼던, 공격과 평화, 혁명과 사랑이라는 역설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그의 상징적인 작품중 하나입니다.

《꽃 던지는 사람》(Flower Thrower), 뱅크시, 2003년, 스텐실 프레이와 유채

뱅크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현대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에서는 아름다움보다는 사람이 마땅히 가져야 할 것들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뱅크시의 작품은 반전, 반소비주의, 반파시즘, 반제국주의, 반권위주의, 아나키즘, 허무주의, 실존주의를 포함한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 주제를 다룹니다. 특히 권력에 의한 폭력을 가장 혐오하죠.

아마도 뱅크시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2002년 작 《풍선과 소녀》일 듯 싶습니다. 2007년 삼성의 설문조사에서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으로 꼽히기도 했죠(링크). 이 그림에서 어떤 이들은 희망을 보고, 어떤 이들은 상실을 보고, 어떤 이들은 자유를 느끼고, 어떤 이들은 가슴 아픔을 느낀다고 합니다. 무슨 느낌이 드시나요?

이 작품의 원본은 2002년에 처음, 여러 군데에 그려졌지만, 현재 남아 있는 작품은 하나도 없습니다. 당시는 뱅크시가 데뷔(1998년경)한 지 얼마되지 않아 별로 유명하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이 그림이 유명해진 사건이 있습니다. 소더비스 경매중에 이 작품이 파쇄된 겁니다. 《사랑은 쓰레기통 속에》에 자세한 경과가 있는데, 간략히 설명하면 낙찰되는 순간에 뱅크시가 오래전 그림 액자속에 숨겨놓았던 문서 세단기를 작동시켰고, 그림이 세단기에 반쯤 잘리다가 멈춘 것입니다. 

《풍선과 소녀》 《사랑은 쓰레기통 속에》

원래 뱅크시는 대형 갤러리가 주도하는 현대의 미술 시장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피티에 진심인 이유도 이것이 주요한 원인중 하나로 알고 있고요. 실제로 2007년 2월에 있었던 런던 소더비스 경매에서 자신의 여러 작품들이 낮게는 3만 파운드, 높게는 10만 파운드(약 5천만원~1억5천만원)에 판매가 되자 아래와 같이 "이런 쓰레기를 실제로 사다니 믿을 수 없어"라고 쓰여진 그림에 입찰하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쓰레기를 실제로 사다니 믿을 수 없어》, 뱅크시, 2007년아

아래 왼쪽은 뱅크시의 《쇼 미 더 모네》(Show me the Monet)입니다. "Show me the money"에서 단 하나의 철자만 바꾼 언어 유희죠. 오른쪽은 이 그림의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클로드 모네의 작품입니다. 

《쇼 미 더 모네》, 뱅크시, 2005년 《수련 연못, 초록빛 조화》, 클로드 모네, 1899

이 작품은 2005년에 열린〈오염된 유화〉전시회에 전시되었습니다. 위에 있는 《쇼 미 더 모네》외에도 기존의 유화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해서 내용을 "뒤집은" 작품을 여럿 선보였습니다. 《쇼 미 더 모네》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하였던 모네의 작품을 현대문명의 잔재에 의해 더럽혀진 모습으로 뒤집은 작품이죠.

맨 위에 올렸던 《꽃 던지는 사람》은 뱅크시가 2003년에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남겼던 작품이었습니다. 아래  2005년작《하늘을 나는 풍선 소녀》도 요르단강 서안 지구 장벽에 그린 수 많은 그라피티 중의 하나죠. 장벽을 넘어, 인간 답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떠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뱅크시는 2017년,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들레햄에 《월드 오프 호텔》이라는 전시회 겸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호텔 객실에서는 분리 장벽을 볼 수 있었다고 하고요, 팔레스타인 침공으로 피해를 입은 팔레스타인인들의 현실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아래는 《월드 오프 호텔》에 전시되었던 작품인《민간인 드론 공습》입니다. ㅇ폭격을 맞은 집을 그린 아이의 그림 위로 제너럴 아토믹스의 MQ-1 프레데터  MQ-1 프레데터 드론 세 대가 날아가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뱅크시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이나 우크라이나 사태처럼 국가에 의한 폭력에 관한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우리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뱅크시는 이 작품의 판매 대금 약 3억 원을 ‘무역 반대 무기 거래 캠페인(CAAT)’과 인권단체에 기부했습니다.

뱅크시의 가장 최신작은 《맹목적인 애국심》입니다. 올해 4월 작품입니다. 어느 날 광장에 가보니 못보던 동상이 있고 그 아래 뱅크시의 사인이 발견된 겁니다.  커다란 깃발을 당당하게 쳐들고 앞으로 전진하려는 모습입니다만, 자신의 1초 후의 모습을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측은 제가 약간 수정해서 만든 "태극기 휘날리며"입니다. 뱅크시가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맹목적인 애국심》, 뱅크시, 2026  

위키백과가 알려주는 뱅크시의 10대 대표작

아래는 위키백과에 등재된 뱅크시의 작품 및 이벤트들을 인어링크 순으로 10개만 나열한 표입니다. 1 등을 차지한 《디즈멀랜드》의 경우, 디즈니랜드를 뒤집은 "사악한 변형"입니다. 두번째와 세번째의 풍선과 소녀가 가장 유명한 작품이네요. 제가 뱅크시 전시회는 두번 가봤는데, 진짜 언젠가 능력이 된다면 판화라도 하나 소장하고 싶네요.

위키백과 정리

아무 생각없이 뱅크시 문서를 정리하다보니 이전 상태를 캡처해두지 못했네요. 아래는 현재의 틀:뱅크시의 상태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관련 항목 일부를 제외한 모든 항목을 정리했습니다.

이상입니다.

민,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