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미술 공부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로버트 리먼(42 점)

하늘이푸른오늘 2026. 2. 14. 13:08

작년 11월 28일, 그러니까 벌써 두달이상 지났지만, 지금에야 후기를 남깁니다.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25-11-14~2026-03-15까지 열리는 전시회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품중, 로버트 리먼(Robert Lehman)이 기증한 컬렉션을 중심으로 한 전시회였습니다. 2007년부터 3년간 지속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주범 리먼 브라더스의 그 리먼입니다. 물론 1969년에 돌아가신 분이니까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요.

로버트 리면은 생전에 인상주의를 비롯한 근대 미술의 후원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아트 컬렉션을 꾸준히 확장했고, 돌아가신 후 로버트 리먼 재단은 앙리 마티스, 프란시스코 고야,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 에두아르 뷔야르, 오귀스트 로댕, 수잔 발라동을 비롯한 약 3,000점의 예술 작품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기증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이 3,000여점의 작품중 81점입니다.

좋았던 작품

저와 집사람이 가장 좋아라했던 작품은 에드몽 크로스의 《별이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전시회 도록에도 이 그림 옆에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여줄 정도로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물론 그림 스타일이나 구도 등등 모두 다 다릅니다. 하지만, 멀리서 처음 이 그림을 보았을 때 딱 별이 빛나는 밤이 떠올랐기 때문에 전시 도록과 함께 이 작품의 마그넷을 구입했습니다.

별이 있는 풍경(Landscape with Stars), 앙리에드몽 크로스, 24.4 x 32.1 cm, 1905~1908년 경, 뉴욕 MET

그 다음으로 보고 싶었던 작품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연주하는 소녀들》이었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소녀들, 오귀스트 르누아르, 1892, 116 x 90 cm, 뉴욕 MET

1892년은 마지막 인상주의 전시회였던 1886년 제8회 전시회가 끝난 지 4년 후였습니다. 이때쯤 르누아르는 전형적인 인상주의 스타일을 벗어나 자기만의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야외 사생을 포기했고, 특유의 짧은 붓터치는 일부에서만 나타납니다. 

이 그림은 당대 유명작가의 그림을 전시하는 목적의 뤽상부르 박물관에 전시할 수 있도록 당시 프랑스 정부로부터 비공식적인 의뢰를 받아 그려졌습니다. 이는 이제 인상파가 던진 물결이 프랑스 예술의 주류로 받아졌음을 의미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르누아르도 이 작품에 공을 들였습니다. 동일한 구도로 네 점의 작품을 남겼죠. 아래 왼쪽은 오랑주리 미술관 버전으로 습작입니다. 나머지쪽 두 그림에 비해 배경 세부묘사가 미흡하다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가운데가 이번 전시회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버전이고, 맨 오른쪽이 뤽상부르 박물관에 전시된 오르세 미술관 버전입니다. 나머지 하나 개인 소장 작품은 이미지가 없네요.

 

저는 올해 이 세 버전을 모두 볼 수 있는 행운을 거뒀습니다. 오랑주리 버전은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되었던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특별전에서 봤고요, 오르세 버전은 일본 동경 국립서양미술관에서 봤습니다. 이 작품을 보려고 갔던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이 세작품을 모두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죠.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

그 다음으로 좋았던 그림은 피에르 오귀스트 코트의 《봄(Springtime)》이었습니다. 높이가 2 미터나되는 대형작품이기에 더욱 돋보였습니다. 물론 제가 가장 좋았던 점은 고혹한 소녀의 미소와 훤히 비추는 베일에 둘러싸인 몸매와 자세였지만요^^

봄, 피에르 오귀스트 코트, 1873, 213.4 x 127, 뉴욕 MET

이 분은 그다지 유명하신 분은 아닙니다. 사실 좀 불운하다고 할 수 있죠. 당시로서는 최고의 교육기관인 에콜 데 보자르 출신에 정식 등단 코스라고 할 수 있는 파리 살롱에 많은 출품을 했고, 훈장도 받았던 분입니다. 그런데,  1883년 46세란 나이에 돌아가셨기도 하지만, 한참 활동하던 당시에 인상파가 점점 치고 올라오던 시기라 결국 돌아가셨을 때는 전세계적인 인상주의 물결에 휩쓸려 잊혀져버리고 말았던 화가니까요. 뭐... 그때 돌아가셨던 게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돌아가셨을 때만 해도 아직 아카데미즘이 우세였으니 자신의 작품이 묻히는 걸 직접 목격하지는 않으셨을테니까요.

사진이 발명되고, 그 여파로 인상주의가 등장하고, 그 결과 아카데미즘 화가들은 모두 잊혀졌었지만, 20세기 후반에 들어 많은 분들이 복권되고 있습니다. 이분도 마찬가지고요. 인상주의의 성의없어보이는 붓질에 싫증나면 이렇게 고전적인 묘사가 끌릴 수 밖에 없다고 보입니다. 저는 사실 현대 미술보다는 고전주의쪽이 훨씬 더 좋습니다. 맞습니다. 아직 저는 초보자입니다. ㅎㅎ

한 작품만 더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카미유 피사로의 《몽마르트르 대로, 겨울 아침》입니다. 인상주의와 점묘기법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몽마르트르 대로, 겨울 아침, 카미유 피사로, 1897, 68.4 x 81.3 cm , 뉴욕 MET카

카미유 피사로는 인상주의를 사실상 만드신 분입니다. 어떤 비평가는 그를  "인상주의 화가들의 대부"라고 불렀는데, 이는 그가 그룹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지혜와 균형 잡히고 친절하며 따뜻한 성품" 덕분이었습니다. 또한 총 8회에 걸쳐 열린 인상파 전시회에 모두 출품한 유일한 인물이었습니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싸우고 탈퇴하는 동안에도 인상파 전시회가 이루어지도록 돌보아주었죠.

이 작품은 《몽마르트르 대로》 연작중 한점입니다. 총 7점이 있는데, 저는 아래의 두 작품이 마음에 드네요. 왼쪽은 《몽마르트르 대로, 봄날 아침》, 오른쪽은 《몽마르트르 대로, 밤》입니다.

전시회 평가

이 전시회의 제 점수는 42점입니다. 점수를 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전시회에 나온 작품 중 독자적으로 위키백과 페이지를 가진 작품의 모든 언어링크 수를 더한 값입니다. 이번 81개의 작품중에서 위키미디어 항목에 있는 작품은 20점인데, 이중에서 자체 위키피디어 페이지를 가진 작품은 5점 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색칠된 부분이 자체 페이지를 가진 작품이고, 중간에 있는 lan 값 즉, 언어링크의 수를 모두 합산한 값이 21점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식으로 평가해갈 예정입니다.

사실 요란하게 선전은 했지만, 《피아노 앞의 두 여인》 을 제외하면 매트로폴리탄의 대표적인 작품은 거의 오지 않았습니다. 약간은 실망스럽죠. 아래가 매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소장한 회화작품 중 언어링크가 높은 작품들을 차례로 정리한 겁니다. 보시는 것처럼 《피아노 앞의 두 여인》은 8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안보입니다. 8점에 해당하는 그 다음 작품 피에르 오귀스트 코로의 《봄(Springtime)》은 144번째 입니다. 까마득하죠.

이렇게 우리나라에 좋은 작품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그냥 자금 문제일 겁니다. 미술전시 감상자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 우리나라는 많이 부족하니까요. 언젠가는 좋아지리라... 기대해봅니다.

민,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