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다녀온 싱가포르 가족여행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에 이어 드디어 마지막입니다.
마지막날은 마눌님과 딸래미는 쇼핑을 하고, 저는 지오캐싱을 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싱가포르에서 가장 번화한 동네인 오차드 로드, 그중에서도 대형 쇼핑몰/백화점이 몰려있는 MRT 오차드역으로 갔습니다.
아래가 오차드역에서 내리자마자 볼 수 있는 ION이라는 쇼핑몰을 찍은 360*180도 구면 파노라마입니다. 건물 자체도 구조적으로 멋진데, 저 유리벽으로 여러가지 동영상이 나오고 있어, 밤에는 훨씬 더 환상적일 듯 싶었습니다.
먼저 가까운 곳에 있는 지오캐시를 하나 찾았습니다. 이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2004년 크리스마스에 설치가 된 이래 거의 400명이 다녀간 유서 깊은 캐시라는 것 말고는 그다지 특징적인 것은 없었습니다.
이 미스테리(Mystery) 캐시에 들어 있는 문제는 까다롭지는 않았습니다. 먼저 윗 사진에 있는 아이온 백화점 지하 4층에서 일련번호가 B4-27 인 가게를 찾은 후, 그 가게 내에 있는 콘센트 번호를 찾아 좌표를 완성하는 것이었으니까요. B4-27의 가게이름이 특이했습니다. Cache-Cache 였으니까요. 지오캐싱에는 딱 어울리는 이름이죠. 아마 이 가게 이름에 혹해서 미스터리 캐시를 만들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좌표를 얻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북쪽으로 거의 1.5km 나 떨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스테리 캐시나 멀티 캐시의 경우 시작점과 끝점을 2km 이상 떨어뜨려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규정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이 뜨거운 열대의 도시에서 1.5km나 걷는 건... 우와... 정말 싫더라구요.
그래도 걸었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안가볼 수는 없잖아요. 게다가 마눌님과 딸래미는 쇼핑하고 있을테니 혼자 기다릴 수도 없고 말이죠. 숨막히고... 길을 잘못들어 되돌아나오고... 그런데 이런... 도착한 곳은 나무 몇 그루... 아무리 뒤져도 아무것도 없고... 결국 포기하고 돌아왔습니다. 좌표를 다시 맞춰봐도 잘못된 건 아닌 듯 싶은데... 하여튼... 그래도 찾았더라면 괜찮았을텐데, DNF(Do Not Find) 하려니 너무나 속이 상했습니다.
점심으로 빨대 꽂아서 국물 빨아먹는 만두를 먹고는 다시 새로운 캐시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마눌님과 딸래미는 계속 쇼핑센터를 돌아다니기로 했구요. 아이온 센터에서는 꽤 떨어져 있는 지오캐시입니다. 거의 2km 정도. 버스타는 방법을 좀더 연구해 가지 않은 걸 엄청 후회했었습니다. 땀 뻘뻘 흘리고 목은 마르고... 땡볕 피해서 그늘로 걸으니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죠.
하여튼... 무사히 도착... 싱가포르 식물원(Botanical Garden) 남쪽에 있는 캐시인데, 그다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기운만 더 있었으면 식물원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었겠지만... ㅠㅠ
마지막으로 도전한 지오캐시가 바로 요녀석이었습니다. 아이콘이 특이하죠? 제가 예전에 한번 글을 쓴 레터박스 하이브리드(Letterbox Hybrid)라는 종류의 캐시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읽어보시면 되는데, GPS를 사용하지 않는 보물찾기 게임인 레터박싱(Letterboxing)이라는 게임에 GPS를 덧붙인 형태로 만든 지오캐시입니다.
원래는 이 캐시는 도전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설명문도 매우 까다롭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간이 나서 여기까지 왔는데 안해볼 수 없어서 도전했습니다.
결과는 참담한 실패!! 두번째 까지는 찾을 수 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어느 방향인지 몰라서 여기저기 헤매다가 결국 덥고, 땀나고, 갈증나고... 짜증까지 나서 그냥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가능했을 듯 싶기도 한데... ㅠㅠ
아무튼 여기까지입니다. 좌측위에 있는 5개의 캐시중 4개에 도전해서 일반캐시만 2개 찾고 미스테리 캐시도, 레터박스 캐시도 못찾고 말았네요. 그냥 멀리 있는 건 포기하고, 중간 아래쯤에 있는 캐시들을 찾으러 갔으면 좋았을 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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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마무리해야 하니... 제가 이번 싱가포르 자유여행에서 느꼈던 점을 몇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싱가포르에서 자유여행을 할 때는 $10 짜리 Singapore Tourist pass 를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1일권, 2일권, 3일권이 있습니다.) 말그대로 밤 24시까지는 무제한 사용할 수 있으니까 한정거장도 무조건 고민하지 않고 탈 수 있습니다. 특히 버스 이용방법을 철저히 익혀서 짧은 거리도 버스로 이동하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다만 Tourist Pass는 아무곳이나 필지 않고, 공항역, 시청역 등 규모가 큰 역 5-6군데에서만 살 수 있고, $10 보증금도 그 역들에서만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두번째, 모든 식당이나 찻집에 앉으면 아무것도 안줍니다. 물을 따로 주문해서 사먹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비싼 것보다 짜증스럽습니다. 그리고... 따로 서비스라는 게 전혀 없고, 7% 정도의 부가세까지 있어서 한 메뉴판에서 생각한 비용보다 20% 정도 더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시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이상한 건데 택시에 미터기가 2개 달려 있다는 겁니다. 특히... 우리나라 택시의 미터기가 달린 금액을 보고선 10불이 나왔네... 하고 생각하면 갑자기 다른 미터기를 보여주면서 15불을 내라~~ 이럽니다. 상당히 당황스럽습니다. 어느 여행안내서에도 이런 이야기를 못봐서 이유도 잘 모르겠습니다. 세금이 더 붙는 것도 있고, 할증세도 있고, 시내통과시에는 추가되는 비용도 있고... 하여튼... 최소 30%에서 50% 정도 돈이 더 나온다는 것을 미리 알아두시는 좋을 듯 싶습니다.
이상입니다. 3박5일... 좀 짧네요. 하루이틀 정도 더 있었으면 센토사섬도 가보고 리틀인디아도 가보고... 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민,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