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공부/화가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

하늘이푸른오늘 2026. 11. 7. 19:28

모자를 쓴 초록색 얼굴의 남자가 양과 마주보고 있습니다. 양의 뺨에는 여인이 소의 젖을 짜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둘의 사이에는 작은 집들과 교회, 그리고 낫을 든 농부가 보입니다. 두 집과 여인은 거꾸로 뒤집어져 있네요. 아래쪽으로는 초록색 남자가 들고 있는 '생명의 나무'가 보입니다. 비현실적인 꿈 같으면서도 아련한 기억을 떠오르게 하면서 부드러운 색채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나와 마을》, 마르크 샤갈, 1911년, 192.1 x 151.4 cm, 뉴욕 근대미술관

이 그림은 제가 마르크 샤갈의 그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와 마을》입니다. 샤갈이 고향인 러시아(현재는 벨라루스) 비텝스크를 떠나 파리에 온 후, 그 다음 해인 1911년에 그린 작품입니다. 당시 파리는 야수파, 입체주의 등 아방가르드 미술이 한창 득세할 때라, 샤갈의 이 그림도 이러한 사조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양의 얼굴에 그려진 X 자 구역 그리고 양과 초록색 남자를 가로지르는 동그라미 등이 그 흔적입니다. 저는 아무래도 이 그림을 입체주의로 분류하고 싶지 않은데 위키백과에는 입체주의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로베르 들로네, 페르낭 레제  같은 입체주의 화가들과 친분을 나눴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입체주의나 표현주의보다는 초현실주의 쪽이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샤갈의 고향은 비텝스크는 유대인 거주 제한 구역이었습니다. 그의 가족도 유대인이었고요. 샤갈은 평생 자신의 고향인 비텝스크를 잊지 못해 여러 작품에 그리움과 향수를 묘사했는데, 《나와 마을》도 그 중 하나입니다. 오른쪽 위에 있는 교회와 집들은 비텝스크를 표현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래에 있는 《결혼식》(1910), 《회색집》(1917), 《초록색 바이올리니스트》(1923-24) 등의 작품에서도 샤갈이 평생 그리던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샤갈의 작품에는 바이올리니스트가 포함된 경우가 많았으며, 비텝스크 특유의 교회나 집들을 자주 그렸고, 양이나 염소, 젖소와 같은 동물들도 많이 그렸습니다.

《결혼식》(The wedding), 마르크 샤갈, 1910년, 99.5 x 188.5 cm, 파리 국립근대미술관
《회색집》(The House in Grey), 마르크 샤갈, 1917년, 68 x 74 cm, 스페인 마드리드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초록색 바이올리니스트》, 1923-1924년경, 197.5 x 108.6 cm, 미국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특히, 바로 위에 있는 《초록색 바이올리니스트》의 경우, 1964년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의 제목에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데, 러시아의 유대인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도 일면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르크 샤갈은 색채의 마술사라고 불립니다. 화려한 색채로 사랑을 담아낸 여러 그림들 때문일 겁니다. 파블로 피카소는 "앙리 마티스가 죽으면, 색채가 무엇인지 진정으로 이해하는 화가는 샤갈뿐일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죠. 마르크 샤갈은 자신의 부인을 깊이 사랑했고, 그림 속에 많이 담았던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샤갈은 1915년, 한눈에 반한 벨라 로젠펠트와 결혼을 했고, 2차세계대전 중인 1944년에 사별했습니다. 그후 1952년에 바바 브로드스키와 결혼해서 죽을 때까지 함께 했고요.

아래 그림들은 벨라와 화가 자신을 묘사한 여러 그림들입니다. 특히 왼쪽에 있는 《흰 옷깃의 벨라》는 정말 샤갈 답지 않게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이라는 점이 독특합니다. 오른쪽에 있는 《생일》과 《에펠탑의 신랑 신부》의 몽환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분위기, 그리고 느슨한 묘사와 비교를 해보면 차이가 느껴지실 겁니다.

《흰 옷깃의 벨라》, 1917년, 마르크 샤갈, 149 x 72 cm, 파리 국립근대미술관

《흰 옷깃의 벨라》, 1917년, 마르크 샤갈, 149 x 72 cm, 파리 국립근대미술관
《생일》, 마르크 샤갈, 1915년, 81 x 100 cm, 미국 뉴욕 근대미술관

《생일》, 마르크 샤갈, 1915년, 81 x 100 cm, 미국 뉴욕 근대미술관


《에펠탑의 신랑 신부》, 마르크 샤갈, 1938-1939년, 150 x 136.5 cm, 파리 국립근대미술관

《에펠탑의 신랑 신부》, 마르크 샤갈, 1938-1939년, 150 x 136.5 cm, 파리 국립근대미술관

아래 왼쪽은 1939년작 《한 여름밤의 꿈》입니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동명 소설 《한 여름밤의 꿈》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셰익스피어의 소설에서는 당나귀로 변한 남성이 이 그림에서는 염소로 묘사된 차이가 있습니다. 

오른쪽은 1999년에 상영된 로맨틱 코메디의 걸작 《노팅힐》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지기도 한 《신부》입니다. 1955년이면... 아마도 두번째 아내와 사귈 때가 아닌가 싶네요. 이 그림은 특히 빨간색 드레스와 흰색 베일을 착용한 여성과, 주로 파란색과 회색으로 이루어진 배경이 대비를 이루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입니다.

《한여름 밤의 꿈》, 마르크 샤갈, 1939년, 116.5 x 89 cm, 프랑스 이제르주 그르노블 미술관
《신부》(La Mariée), 마르크 샤갈, 1950년, 68 x 53 cm, 개인 소장
《한여름 밤의 꿈》, 마르크 샤갈, 1939년, 116.5 x 89 cm, 프랑스 이제르주 그르노블 미술관 《신부》(La Mariée), 마르크 샤갈, 1950년, 68 x 53 cm, 개인 소장

마르크 샤갈은 원래 유대교 출신이었지만 종교적인 내용보다는 몽환적이과 환상적인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후기에 들어서면서 종교화도 여러 점 남겼습니다.

아래는 《흰색 십가자형》과 《노란색 십자가형》입니다. 사실 유대교에서는 예수를 구세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그림에서 십자가를 묘사하는 것도 말이 안되죠. 하지만 마르크 샤갈은 예수를 유대인 복장으로 그리고, 유대인들이 학대와 고통을 받는 장면을 묘사했습니다. 당시 히틀러가 유대인을 탄압할 때였고, 특히 마르크 샤갈은 독일군 치하의 프랑스에 머물다가 체포되기 직전의 상황까지 몰리기도 했습니다.

《흰색 십자가형》(White Crucifixion), 마르크 샤갈, 1938년, 154.62 x 140 cm, 미국 시카고 미술관 《노란색 십자가형》(The Yellow Crucifixion), 마르크 샤갈, 1943년, 140 x 101 cm, 프랑스 파리 국립근대미술관

유대인에 대한 홀로코스트를 다룬 이런 작품들을 보면, 안타까운 역사를 겪었음에도 똑같은 학살을 저지르고 있는 이스라엘과 네타냐후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만... 생략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래는 마르크 샤갈이 1964년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에게 의뢰를 받아 그린 가르니에 오페라 극장의 천장화입니다. 

《오페라 가르니에의 천장화》, 마르크 샤갈, 1963년

그리고 아래는 샤갈의 천장화가 그려지기 전, 앙드레 말로가 너무 고전적이라고 싫어해서 결국 덧쓰워져버린 쥘외젠 르네프뵈의 원래 그림이었습니다(천장화를 그리기 전에 그린 유화스케치입니다. 현재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 그림은 사실 이탈리아 바로크 시절부터 그려졌던 착시 천장화의 전통을 지켜 그린 작품이니까 올드하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페라 하우스라는 특성상 이 그림이 훨씬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마르크 샤갈의 그림은 말년에 가까와질수록 윤곽선 묘사가 흐릿해지고 색채도 모호해져서 저는 별로라고 생각됩니다. 그가 제작한 말년의 스테인드글라스도 마찬가지구요. 아마 제 미적감각이 떨어져서 겠죠. 미술을 전공한 마눌님께서는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ㅎㅎ

위키백과가 알려주는 마르크 샤갈의 10대 대표작

아래는 위키백과에서 언어링크가 많은 순으로 정렬한 마르크 샤갈의 작품 10개입니다. 의외로 《흰색 십자가형》이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위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나와 마을》3위는 노팅힐에 등장한 《신부》이네요. 머... 나머지들도 제가 생각했던 순위와 거의 비슷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위키 백과 정리

아래는 제가 정리하기 전 틀:마르크 샤갈의 상태였습니다. "신부"는 연결이 잘못된 링크였으니, 《나와 마을》단 하나만 정리된 상태였습니다. 그나마 내용이 부실해서 재작업을 해야 했죠.

아래는 현재의 상태입니다. 모든 문서를 다 정리했습니다. 빨간색은 영문 위키에는 없어서 프랑스어 위키에서 가져온 문서입니다. 상당히 많이 추가한 편입니다. 사실... 11월 24일부터 퐁피두 센터 한화에서 샤갈전을 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가볼 생각이라 샤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거든요. 이에 대한 글도 며칠 내로 쓸 예정이구요.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