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정보/측량

일본이 독도를 "측량"해서 "정밀지도"를 제작???

하늘이푸른오늘 2008. 1. 19. 00:48
오늘자 중앙일보에 "日 독도 측량하고 정밀지도 제작해도 정부는 침묵"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일본 국토교통성 국토지리원이 독도에 대한 1/25,000 지도를 제작하여 시판에 들어갔는데, 정부에서 아무것도 안했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저도 일본이 독도지역 지도를 제작해서 자기 땅이라고 표시한 것은 저도 기분이 나쁩니다.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항의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은 듭니다. 그래도 측량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이 기사의 문제점을 몇가지 짚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일본이 독도를 "측량"했다고 했는데,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국의 위성 및 상업용위성을 이용해서 지도를 제작하였을 뿐, 상식적인 의미의 측량은 아닙니다. "2006년 일본이 측량선을 동원해 독도 해역에 대한 측량을 시도했다"는 것과 대비해 우리나라 영공을 침해했다거나 독도에 상륙해서 직접 조사를 했다는 의미로 보이게끔 의도적으로 "측량"이라는 말을 강조한 것에 불과합니다.

다음으로 "정밀지도"라고 했는데, 1/25,000 지도는 정밀지도가 아닙니다. 일본의 국가기본도의 축척이 1/25,000이기 때문에 1/25,000으로 제작했을 뿐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재작년 독도지역에 대하여 1/1,000 수치지도 및 3차원지도까지 제작 배포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일부러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마치 일본이 매우 정밀한 지도를 제작한 것처럼 왜곡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2006년 5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작 보급한 3차원 지도입니다. (출처 : 네이버 뉴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울러, 이번 일본의 독도 지도에서 "우리나라의 인공 구조물을 일절 표시하지 않은 것이,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풀이했지만, 이 인공 구조물이란 것은 거의 모두 경찰 또는 군사관련 시설이기 때문에 이것을 표시할 경우 오히려 우리나라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일부러 감춘 듯한 인상도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나라 영토에 대한 측량행위는 명백한 주권침해 행위"라는 것은 명백히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측량기기를 가지고 들어가 측량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인공위성에 나타나는 형상을 지도로 표현한 것이 주권침해라는 건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도 소축척이기는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지도를 제작하고 있고, 정 원한다면 언제든지 대마도든 동경이든 인공위성 영상을 이용해 지도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요즘 인공위성 영상을 이용하면 1/10,000정도는 너끈히 제작할 수 있거든요.

====
기자분의 생각은 이해가 갑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영토를 자기 땅이라고 표시한 지도에 대해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대응해야한다고 주장하기 위해서, 되도록이면 작은 사실도 크게 만들어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을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감정에 앞서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감추어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반일 감정을 더 크게 만들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태일 수록 보다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우리나라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요?

뭐... 예전부터 기자는 멀리하지도 가까이하지도 말라고 했지만, 요즘들어 더 그런 생각이 강해집니다.

민,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