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캐싱

대나무 캐시 제작방법

하늘이푸른오늘 2011. 3. 25. 12:47

대나무 캐시는 말 그대로 대나무로 제작한 캐시입니다. 대나무는 속이 비어 있으니, 절반을 뚝 잘라 그 속에 로그시트를 넣고 다시 닫으면 되도록 만든 캐시입니다.

원래 이 캐시는 영등포구청역에 있는 당산근린공원에 설치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지오캐시를 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그곳에 딱 맞는 캐시를 제작하기 위해 여러번 방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엔 돌맹이 틈이나 나무 등걸 같은 걸 찾았습니다만 그런 건 전혀 없었고, 캐시를 숨길 수 있을 만한 곳이라면 철 구조물 속에 자석식으로 끼워넣는 방법 정도가 최선이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오캐시 숨기기 - 위장과 은폐에서 쓴 것처럼 안보이게 숨기는 캐시보다, 모든 사람에게 보이지만, 머글들은 알아채지 못하는 위장[僞裝]형 지오캐시를 선호해서 망서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화단을 둘러보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때 마침 적당한 대나무를 발견할 수 있어서 이 대나무 캐시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제가 구한 대나무는 일반 대나무가 아니라 산죽(조릿대)라고 부르는 녀석입니다. 아래 그림은 다른 곳에서져온 것이지만, 요즘은 중부지방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진짜 대나무보다 목질이 약하기는 하지만, 지름에 비해 길이가 길어서 캐시로 사용하기엔 딱 적당합니다.

산죽대는 아래와 같이 잘랐습니다. 맨 왼쪽은 마디 바로위로 잘라서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한 거구요, 맨 오른쪽은 빗금방향으로 잘라서 땅에 쉽게 꽂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운데 자른 부분은 로그시트를 넣는 부분입니다.

오른쪽은 대략 이런 형태로 만들어진 캐시통입니다. 문제는 잘라져 있는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어떻게 연결하느냐 하는 것이겠죠. 쉽게 꼽았다 뺐다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결국 나무젓가락으로 해결했습니다. 즉, 나무젓가락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몇개를 겹쳐서, 대나무 속구멍에 들어갈 정도를 만든 후, 테이프로 묶어서 빡빡하게 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로그시트는 윗쪽 구멍으로 들어가도록 했습니다. 다만, 대나무를 꽂으면, 연결부위 때문에 로그시트가 윗쪽으로 쑥 올라가버릴 수 밖에 없어서, 조그만 비닐팩 속에 넣은 후 두꺼운 실을 테이프로 연결해 두었습니다. 

물론 실도 밀려서 올라가지만, 약간만 흔들면 실은 밖으로 빠져 나오고, 그 실만 당기면그시트도 따라 나오도록 한 것입니다.

아래는 이렇게 만든 캐시통입니다. 윗대롱은 그냥 비어 있구요, 아랫대롱 윗부분에 있는 연결부위는 나무젓가락과 테이프로 만든 것입니다. 로그북도 잘 보시면 왼쪽으로 초록색 실이 빠져나와 있는 게 보이실 겁니다. 

원래 이 캐시통은 단 3개만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영등포구청에, 다른 하나는 서울대에 설치했구요, 다른 하나는 하얀곰님께 드렸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새로 만들까... 합니다만, 저는 이렇게 모두 공개를 했으니 아마도 찾는 분들이 별로 재미없어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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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캐시를 설치하는 기본적인 원칙은 재미있게 설치하자는 것입니다. 대부분은 쉽게 구분되는 위치에 힌트도 많이 주고 스포일러 사진도 넣어서 왠만하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재미있는 캐시통을 만드는 걸 좋아합니다.
 
재미있는 캐시통은 그 주변환경에 잘 어울려서 누가 보더라도 정말 그럴듯하고,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이런 캐시통은 그냥 한번 지나가서는 절대 만들 수 없습니다. 캐시를 설치한 장소를 물색한 뒤, 그 장소에 어울리는 캐시를 고민하다보면 이제까지 어디에도 존재하지도 않았던 멋진 캐시통이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캐시통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민, 푸른하늘